방학맞이 기념으로 한국을 잠깐 방문하는 동안 TV를 보면서 눈에 띄였던 것 중의 하나가 사채업체의 대출 광고였다. 특히 점심시간 대를 장악하는 *와 머니의 광고의 CM송은 중독성이 상당했는데 —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멜로디가 머릿 속에서 자동 반복되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들의 TV광고는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사채업자들의 악명(?)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들을만큼 들어왔으며 이들의 TV광고는 오히려 음성적이었던 사채 시장이 양지로 활성화되어 나오고 있는 좋은 징조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첫 인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화면 아래에 좁쌀만하게 나오는 자막이었다. 세상에. 연리 60%?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이 이들 대부업체들은 은행들은 더이상 상대하지 않는 신용 불량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신용점수제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 것은 극히 최근에 들어선 일이다. IMF 직전만해도 전철역 가판대에서 신용카드 신청서에서 대강 “프리랜서”라는 직업명에 체크표시를 하고 한도 수천만원대의 카드 발급이 예사였던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었고 이는 IMF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전국민에 걸친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씁슬하지만 IMF 사태의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이제 한국에서도 더이상 개인신용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쓸만한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금융기관들의 개인신용평가 능력은 문제가 많은 듯 하다. 신용정보는 금융기관들 사이에 공유되는 바 아마도 신용점수가 좋지 않은 개인은 국내 어느 금융기관에 가더라도 대출을 받기가 불가능함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결국 이들이 가야할 곳은 사채업자들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자율은 가격과는 성격이 다른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격과 같이 재화의 가치를 나타낸다. 이들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시장에서 이자율이 60%라는 점은 한마디로 공급에 비해 대출 수요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자율이 60%라도 경기가 좋아서 신용불량자들이 노동으로 소득을 벌어 빌린 돈을 쉽게 갚을 수 있으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20대 백수가 여전히 넘쳐난다는 한국에서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가능한 해결책 중의 하나는 현재 신용평가 시스템의 보완이다. 사채업자들이 60%의 이자율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금융기관들 역시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올릴수 있는 여력이 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최근 주식시장 폭등, 혹은 길거리에 넘쳐나는(?) 렉서스 수입차의 숫자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돈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업체간의 경쟁이 촉발되면 이자율은 낮아질 것이고 신용불량자들도 높은 이자율의 부담에서 벗어날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존 금융기관들의 개인 신용평가는 상당히 보수적, 혹은 위험 회피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이 되고 일단 한번 그렇게 낙인이 찍힌 개인은 어떤 금융기관에 가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 연리 60%라는 고이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국내 금융기관들이 참조하고 있는 신용점수 산정및 평가 방법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사채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반대로 신용 평가 시스템의 어떠한 문제가 금융기관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하다면 한시적인 입법을 통해서라도 이자율의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전쟁도 아닌 평시에 대부업체의 이자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 사회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들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신문지상 어디를 보더라도 “왜” 신용불량자들이 기존 금융기관들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한편으로 “왜” 사채업자들이 60%라는 고이율을 부과할 수 있을만큼 신용불량자들의 대출 수요가 큰지도 전혀 언급이 없다. 기껏해야 잠깐 나오는 얘기가 국회에서 이자율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정도이며 최근들어서는 연예인들의 대부업체 광고출연 여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공적인 책무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묘한 집착도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연예인들이 사채업자들의 광고에 출연을 하지 않으면 이 60%의 고이자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한국에 있으면서 또 하나 시선을 끌었던 것이 늦은 아침부터 오후시간까지 공중파 TV 광고를 점령하는 *IG의 노인 대상 보험 광고였다. 카피는 간단하다. 신체검사를 하지 않고도,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다 받아 준다는 좋은 건강보험. 이것은 거꾸로 뒤집어본다면, 마치 60% 이자율을 부과하는 사채업자들과 비슷하게 기존의 국가 의료보험이나 사설 보험에서 받아주지 않는, 소위 신용불량이 아닌 건강불량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는 얘기인데 자세한 보험혜택 조항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병들고 나이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해 줘봐야 얼마나 쓸만한 보장을 해 주는 것일까?
어쨌든, *IG는 *와 머니처럼 여론은 아직 타고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이들 대부업체들보다는 장사를 괜찮게 하지 않는가 싶다. 하지만 공중파 점심시간의 광고를 모두 채우는 *IG의 가공할만한 행태는 이들 역시 *와 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도록 만든다. 그 와중에 이미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도 못해보고 정치타협의 협상물로 전락했으며 국민의료보험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건강불량(?)자들이다. 신용불량자들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