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koNeko’s blog

December 13, 2007

노대통령의 기름유출사고 동영상을 보고

Filed under: 시사 — NekoNeko @ 6:39 am

Goooood log 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인지심리학 이론에 보면 같은 상황을 보여줬을 때 피험자마다 자신의경험에 따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그러죠. 이번 노대통령의 브리핑을 보고 많은 분들이 역시 노대통령 만한 대통령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동영상을 보면 노대통령의 질문과 답변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잘 맞고 또 차분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 까닭에 누구나 최선을 다해서 복구하겠다는 (심지어는 차후 보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답변을 해양 경찰청장이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봅시다. 대통령의 첫 질문은 단순히 “기름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까?”로 줄여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해양경찰청장이 뻔히 이해되는 질문을 듣고 횡설수설한 답변을 내 놓는다는 얘기는 무엇입니까? 달리말해 지금 상황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이라는 답변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대통령 앞에서 불가능이라는 답변을 하려면 횡설수설하면서 암시를 주는게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닐까요?

그 다음 전개되는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구체적인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부는 상황에 따라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고 또 비용문제가 기름 확산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어떠한 문제들 때문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달리 말해 이런이런 문제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경찰청장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현재 최선을 다해서 기름 확산을 막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대통령은 이미 머릿속에 듣고 싶은 대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경찰청장에게 일단 기름 확산을 막겠다는 확답을 이미 노대통령은 질문을 할 때 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 지상의 보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인력과 장비가 황당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어떤 누가 경찰청장을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솔직히 대책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간 큰 경찰청장이 책임지고 막겠다는 확언을 할 수 있습니까?

만약 제가 저기서 경찰청장의 위치에 있었다면 아마도 노대통령에게 솔직히 지금의 해양경찰의 장비와 인력으로는 기름 확산을 막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이며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발언을 간크게(?)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이후 다음날 신문에는 “이럴수가… 해양경찰청장 기름 방제 작업 노력에 찬물” 헤드라인이 뜨겠지요.

이런 전개를 막으려면 오히려 노대통령이 이럴 때 거꾸로 듣고 싶은 대답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방제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얘기입니까?”라는 식으로 거꾸로 비관적인 현실을 대통령의 권위로 인정해 주고 그 다음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까?” 라는 방법으로 해양경찰청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끌어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간에 현재 정부 내 인력 중에서 현장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해양경찰청장일테고 이 사람이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또한 노대통령의 발언에서 기름 방제 작업 중 차후 비용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그 때 가서 비용이 들더라도 해결하자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 역시도 지나친 요구라고 봅니다. 경찰청장의 얘기는 차후 비용 문제의 위험성 때문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얘기이고 대통령의 답변은 일단 비용이 들더라도 방제 작업을 우선한 다음 차후에 비용을 배상해 주든지 재판을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인데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담당자는 경찰청장이 아니겠습니까? 구체적인 경찰청장의 책무는 제가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과연 경찰청장이 이런 책임까지 짊어져야 할 위치인가요? 119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화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지우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른 정부 부처에서 이 위험을 분산해서 떠맡을 방법은 없습니까? 경찰청장의 발언은 비용 문제가 없다면 연안까지 방제작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일 텐데요.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차후 배상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우선 해양경찰청장이 떠맡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부서가 이런 책임을 회피할 때 리더쉽을 발휘해서 일을 분담시켜 문제 해결을 한발짝 더 진행 시키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지위에서 잘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이번 동영상에서 보이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차원의 기름 방제 작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해양경찰청에 책임과 부담은 더 얹어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예전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노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확답”을 듣고 싶어했던 일화가 생각나는 것은 지나친 연상작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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