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koNeko’s blog

June 13, 2006

오늘의 일상

Filed under: 사랑과 인생 — NekoNeko @ 8:34 pm

1. 월드컵 한국-토고전을 시청했다. 몸은 여전히 많이 피곤한 까닭인지 에라 배째라 모드로 누워서 이불을 둥실둥실 덮어쓰고 텔레비젼을 보았다. 선취골을 먹은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페이스대로 게임을 진행, 승리를 이끌어 내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토고 수비수의 퇴장은 박지성의 실력이 이끌어낸 결과였고, 이천수의 프리킥은 이미 차기 전부터 동점골의 예감이 확연히 전달되어 왔다. 안정환의 역전골 역시 안정환의 주특기가 그대로 먹혀들어간 느낌이었다.

레벨업의 속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레벨업 이전에는 그저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많은 만큼 불안도 많다. 그러다보니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컨디션의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전개에 신경을 쓰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경험이 쌓인 후 소위 레벨업이 되고 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스스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며 어떤 상황에서 장점이 잘 발휘되고 어떤 상황에서 단점이 약점으로 드러나는지 잘 안다. 그러다보니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좋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나쁜 상황에서는 약점을 방어하며 끈질기게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린다. 축구 경기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란 90분 동안 적어도 삼세번은 오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자는 선취골 1골을 뒤지고 있다는 현재의 불리한 상황은 그다지 신경쓸 것이 못된다.

결국 박지성의 한발 빠른 발은 토고 수비수의 퇴장을 불러왔고, 이천수는 자신이 가장 잘 찰 수 있는 위치의 프리킥 기회를 잡았으며, 안정환은 소위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오늘 한국팀의 승리는 비록 토고가 약체로 평가받기는 하나 예전 2002년에 비해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모습을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다. 흔들리지 않는 차분한 견고함. 이것을 스포츠 해설가들은 노련함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일까.

2. 마법의 아이돌 파스텔 유미 배경음악을 반복반복반복해서 계속 듣고 있다. 그 동안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키스 자렛에 잠겨 있다 듣는 파스텔 유미의 배경음악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해석을 위한 머리를 굴릴 필요도, 감정의 변화를 미묘하게 체크할 필요도, 음질의 변화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오버일지는 모르겠지만 파스텔 유미의 배경음악에는 어린 작가의 정성이 느껴진다. 좋아한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있기 보다는 좋아하고 싶다는 느낌이며 즐겁다는 느낌보다는 이렇게 즐겁고 싶다는 느낌이다. 희망에 가득 차 있기보다는 희망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그런 느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 여러분들 한번 들어봐 주지 않을래요?라는 수줍은 모습도 같이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다. 흥행 여부가 중요하고, 스토리 전개에 맞추어야 하는 배경음악에서는 접하기 힘든 예쁜 모습이다.

한국에서 꽃나라 요술봉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파스텔 유미는 한국어 번역과 더빙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어쩌면, 번역의 품질과 더빙을 맡은 성우의 수준을 고려해본다면 이 한국어 꽃나라 요술봉이 더 나은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한국어 더빙판의 이런 모습 역시 원작 배경음악의 정성스런 모습과 무척 잘 매치된다는 사실.

일본어 원판의 장면 하나:

(유미, 일인용 프로펠러기를 마법으로 그려낸 뒤 조종석에 앉는다)

케시마루: 엔진 스타트!

케시마루: 스로틀 온!

케시마루: 스로틀 전개!

카기마루: 유미. 조종간을 당겨요!

한국어 더빙판의 같은 장면:

(유미, 일인용 프로펠러기를 마법으로 그려낸 뒤 조종석에 앉는다.)

케시마루: 왼쪽 스위치!

케시마루: 오른쪽 스위치!

카기마루: 유미, 조종간을 당겨요!

3. 간혹 요가를 하다보면 에너지가 지나치게 충전이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제가 아마도 그런 날이었던 듯. 힘들지만 자세가 쉬이쉬이 취해졌을 때는 좋았고, 체력을 요구하는 측면 늘이기 자세나 개 기지개 펴는 자세도 어설프지만 서너번 연결이 될 때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오늘 느끼는 내 몸의 상태는 에너지 과잉으로 피곤하기만 한 상태이다. 아마도 저녁 때 요가를 한번 더 해 줘야 할 모양. 오늘의 요가는 내 몸의 모습을 또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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