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koNeko’s blog

8월 16, 2007

심형래씨와 Godzilla의 기억, 그리고 스타워즈

밑에 신청: Movie — NekoNeko @ 4:07 오전

자주 가는 게시판에 올리려다 그냥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이미 타오르는 flame에 기름 더 부어 뭐하겠나 싶군요. 이게 뭐 論할 가치가 충분한 토픽도 아니고 열심히 論한다고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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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Godzilla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고질라를 CG를 섞어 리메이크한 영화인데 뭐… 한마디로 졸작이었습니다. 고질라 뛰어다니는 장면과 시끄러운 음향, 부서지는 건물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결국 양키들이 고질라를 망쳐 놓은 데 열 받은 일본애들이 나중에 일본산 고질라가 미국산 고질라를 꼬리 펀치 한방에 날리는 괴수물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오더군요.

그런데 사실 godzilla는 아이들 때문에 보았습니다. 사촌동생들이 나이가 많이 어린데… 얘네들이 죽어라고 봐야 한다더군요. 또 비디오 빌려놓으니 재미있게 보더군요. 끝나고 애들이랑 고질라 놀이도 한참 같이 했습니다.

D-War는 저는 보지 못했지만 세간의 평으로 짐작해 보건대 거의 Godzilla의 비슷한 버전이 아닐까 싶네요. 무서운 괴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디워가 600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습니다. Godzilla보다 조금만 볼만하면 가능성이 충분하고 심형래씨는 오래전에도 전대물 같지도 않은 어설픈 영구 시리즈 영화로 200만을 끌어모았던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 당시 장군의 아들이 6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난리가 났었다면서요?

근데 말이죠. 좀 만들려면 좀 제대로 만들란 말입니다.

스타워즈를 극장에서 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노출됩니다. 알다시피 스타워즈는 좋은 평론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게다가 건국신화도 전통도 없는 미국인들을 위한 우리네 전설의 고향식 영화이다보니 솔직히 미국인이 아닌 관객들이 깊은 감동을 느끼기는 애초부터 어렵습니다.

그런데 스타워즈는 여기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관객들이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극장에서 스타워즈를 보면 어른들이 웃는 부분과 아이들이 깔깔대는 부분이 확연히 다릅니다. 에피소드 1이었던가요? 자자 빙크스 같은 캐릭터가 애들 웃기는 슬랩스틱 전문 캐릭터죠. (이런 테크닉은 극장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간혹 보입니다.) 이런 걸 보면 스타워즈 생각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의외로 신경 많이 쓴 영화입니다. 돈으로 달콤한 설탕물 쳐바르기만 한 영화가 아니에요. 아… 이것은 물론 popular와 fun의 관점에서입니다.

결국 스타워즈를 보면서 이 영화를 좋아할 이유를 못찾는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많을 수 있지만 사실 싫어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연령층을 잘 상대하는 영화이다 보니 싫어할만한 트집 잡기가 어려워요. 그러니 기껏해야 서구 우월주의의 사고가 보이니 동양에 대한 판타지가 어설프니 이런 식으로 플러스 알파를 덧붙여서 시비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popular와 fun의 관점으로 볼 때 스타워즈는 완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여기서 간혹 괴수물의 관점에서 디워를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데 괴수물이라는 기준은 이미 소수의 관객층이라는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popular와 fun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고 따라서 일반 관객층을 대상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워는 이정도 수준은 못되는 것 같아요. 찬반 양론이 격렬히 나뉘고 싸움이 붙으니 말이죠. 적어도 어른들에게 어필할 부분이 얼마 없는 영화임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말이죠.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것은 결국 심형래씨와 디워, 그리고 한국 영화계와 관객들에게 장기적으로 좋을 일이 없는 겁니다. 찬반양론이 나뉜다는 얘기는 디워가 “좋은 영화” 혹은 “나쁜 영화” 흑백으로 갈리게 됨을 의미하는데 지금 심형래씨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누가뭐래도 디워는 우수한 영화라면서요? 디워 혹평하는 사람들은 뭐 심형래씨 측에서 굳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결국 너네 눈이 삔 것 아니겠어요? 진짜요? 그렇다면 더이상 디워는 발전시켜 볼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겠네요. 심형래씨는 입에 쓴소리를 애당초 무시할 것이니 말이죠. 심형래빠 관객들도 디워 정도만 품질 올려주면 아주 흡족흡족 고개 끄덕끄덕 만족 만땅 100%이겠군요?

다른 한편으로 디워가 나쁜 영화라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최소한의 품질에도 미달인 디워는 폐기처분하는게 맞지 않나요? 뭣하러 이런 쓰레기에 700억씩이라 쳐 박습니까?

출발이 삐걱거리고 있지만 적어도 디워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영화입니다. 심형래씨의 그간 작품 연혁을 생각해 볼 때 이 아저씨가 평론이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평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봅니다. 아니 아예 싹수가 노랗다고 냉정하게 끊어버립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잘만하면 한국에서 조지 루카스와 비슷한 영화제작자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 이 사람은 어린이들의 시선을 끄는 영화를 만들어 왔고 (솔직히 애들 보여주기 좀 민망한 내용도 있는 애들 영화 양산해온 모습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또 애들이 영화를 보면 부모들도 따라가 봐야 하는 특성상 쉽게 대규모의 관객을 끌어모으는데 오래 전부터 능했습니다.

또한 이무기와 용의 전설이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집단 무의식을 자극할 수도 있는 소재입니다. 루카스가 미국 건국 신화를 쓰듯이 심형래씨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살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뭐… 요즘은 이것을 아예 모르는 세대가 많겠지만 많은 분들이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칠흙같은 어둠속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내다리 내놔라” 따라오던 그 외발 귀신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공감하는 강렬한 인상을 모두에게 남기는 것이 진정한 전설, 그리고 전설의 재해석 아니겠어요?

그러나 지금 심형래씨와 영구아트무비, 그리고 세간의 평들을 보면 디워는 이런 측면에서 완성도는 앞으로 갈 길이 험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적어도 지금 심형래씨는 제가 보기로는 조지 루카스를 벤치마킹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디워 주위의 상황들은 정말로 정말로 좋지 않습니다. 심형래씨는 적어도 인사치레라도 디워가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인정하고 평론가들의 독설을 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디워나 영구아트무비가 나가야 할 길에 대해 진지하게 다른 전문가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600만 관객 동원에 좋아할 때가 아닌 겁니다. 어쩌면, 600만 관객 동원은 심형래씨의 능력이라면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개봉관에는 얹지도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동네 극장, 문화회관에서만도 200만을 모았다는 심형래씨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디워에 독이되면 되었지 결코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당장 10년 뒤를 생각해 보죠. 이미 어른들이 된 그 때 디워를 보던 아이들이 어른들은 볼 것 없는 디워 후속작을 보러 갈까요? 참고로 어릴 때 스타워즈 보면서 좋아했던 미국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서 더이상 스타워즈는 유치하다고 보러 가지 않던가요? 요즘 세간에 많이 오르내리는 트랜스포머도 kidult (kid+adult) 무비라고 자칭하던데요?

전 개인적으로 정말 심형래씨의 영화를 싫어 합니다. 오래전 연휴 때 TV에서 열받으며 보던 그 어줍잖은 심형래표 영화의 기억만 생각해도 내가 왜 돈주고 디워를 보러 가나 싶습니다. 게다가, 영화 외적인 요소를 흥행에 써먹고 있는 심형래씨의 최근 언행,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형래 감독과 디워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에도 조지 루카스 같은 대중 취향의 감독이 나왔으면 싶고 현재로서는 심형래 감독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심형래씨가 오히려 이번 기회를 그의 가능성을 살리는 데 잘 활용했으면 좋겠네요. 지금 심형래씨에게 평론가들의 독설은 쓰디쓰지만 훌륭한 보약이요, 600만 관객 동원의 기록은 거꾸로 충치만 만들어 낼 설탕덩어리일 따름입니다. 아. 물론, 차기 작품을 만들려면 관객 동원을 통한 자금 확보는 무척 중요한 일이겠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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